1월 31일의 아침이 밝았다. 우리는 어제 너무 많이 걸어서 엄청 피곤했다. 그래서 시차 적응 완벽 완료... 처음에 시차 적응에 대해 걱정이 되었는데 원체도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타입이기도 하고 (시차 8시간 차이남) 비행기 타는 19시간을 엄청나게 자고, 그러고 숙소와서도 엄청나게 자서 바로 시차적응 완료함...
오늘의 일정, 루브르 박물관! Musée du Louvre. 매일매일 사람이 많다고 해서 진짜 아침일찍 박물관으로 뛰어갔다. 아주 일찍 일어남. 8시쯤 나오려고 6시반 정도에 일어난 거 같다. 아마 일정 중 제일 일찍 일어나는 것일 듯.
루브르를 잘 보여주는 사진 두 장. 역시 루브르 하면 유리 피라미드이지~ 아침에 되게 흐렸는데 정신없이 보다보니 날이 개어서 아주 예쁜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유리창 너머로 찍은거라 유리창 자국이 조금 남아있는데 아쉽지만 최대한 원본 그대로 올리자는 내 생각(!)에 맞게 그대로 올린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동상들 모음집. 첫번째 동상은 에로스와 프시케, 두번째는 니케, 세번째는 신전 기둥(이름이 기억 안나요), 네번째는 아프로디테 상이다. 그리스로마 처돌이인 나는 에로스와 프시케 동상에서 이유모를 먹먹함을 느꼈다. 무엇보다 나에게 최고봉은 '니케'
이게 왜 좋았냐고 물어본다면 잘 모르겠다. 옆에 다른 문화재는 없이 계단 복도 한 가운데에 우뚝 서있어서. 역동적인 구도에 날개의 디테일, 그리고 몸의 아름다움을 중시했던 과거에서 몸의 굴곡이 상대적으로 적게 드러나는 모습이라서. 머리와 팔이 없어도 느낄 수 있는 감탄까지. 진짜 예전에 한 번 보러왔을 때도 정말 좋았지만 크고 나서 보니까 너무 좋다. 난 이 니케 동상을 몸에 박을 것임. 꼭. 그래서 자석도 샀음. 그리고 여담이지만 니케 오른손?이 발견되어서 옆에 나란히 전시되어 있었다. 처음에 이게 뭐지 했는데 나중에 숙소와서 찾아보니 그랬다.
그리고 보게 된 회화 작품들. 앞의 베르사유 때도 그랬지만 나는 정말 색감예쁜 그림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게 바로 제일 오른쪽에 있는 그림. 그리고 거칠게, 러프한 듯 보이는 선... 최고야...
루브르 안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계속해서 돌아다녔는데, 루브르 안에 있는 우리가 선택했던 카페테리아 점심은 돈에 비해서 부실했다. 바질 수프처럼 엄청 다양한 채소가 들어가서 녹색인 수프가 나왔는데 우리가 한국에서 먹던 꾸덕하고 달콤짭조름한 맛이 아니라 진짜 채소를 갈아넣은 따뜻한 묽은 국물 같은 느낌이라 친구들은 먹지 않았다. 나는 근데 조금 어느 정도 입맛에 맞아서 (사실 가리지 않고 잘 먹어서) 먹었고 함께 시켰던 샌드위치도 속이 꽉 차있지 않았고 빵도 퍼석해서 그냥 공장에서 만들어져 데워서 파는 그런 음식 맛이었다. 그래서 배를 제대로 채우지 못해서 2시~3시쯤 되었을까 우리는 나가기로 결심했다.
한 번 나가면 뮤지엄패스로는 다시 들어가지 못하지만, 야간개장으로 보고 싶은 것은 빛나는 피라미드였기 때문에 그것은 티켓 없어도 볼 수 있어서 쉬다가 보기로 결정. 많이 걷기도 했고 디저트의 본고장 프랑스에 왓는데 디저트는 먹어봐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근처 카페로 향했다. 에끌레어와 마카롱, 크로와상을 시켜먹었다.
생각보다 마카롱의 맛은 별로... 한국 마카롱이 왜 로컬라이징화 되었다고 말하는지 알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느꼈을 때는 근처에서 싸게 파는 마카롱의 맛,,,? 오히려 저 산딸기 같은 게 올라간 마카롱이 엄청 내 취향이었고, 초코 에끌레어는 너무 달아서 나는 먹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내 친구가 너무 취향저격이라고 좋아했음. 그리고 프랑스에서 어딜가나 맛있다고 생각이 드는 것은 '크로와상'... 진짜 맛있음.
카페에서 쉬면서 저녁 밥집 검색했음. 그랬더니 '지드래곤도 줄서 먹는다는 미슐랭 우동 맛집'이라는 "사누키야"가 뜨지 않는가...! 요 며칠 여기서 국물 없이 빵과 고기만 먹었던 우리에게 동양식은 단비와 같은 존재라 허버허버 가기로 했다. 내가 먹은 것은 미소된장우동(15유로) 이었던 것 같고 유명한 메뉴는 에비 우동(19유로)인 것 같다. 우리가 갔을 때 Happy hour라서 4유로 정도 추가하면 맥주, 밥, 간단한 가라아게, 계란말이 준다 그래서 서둘러 시킴.
사실 미소 된장 우동은 기대했던 것만큼의 맛은 아니었다. 여기에 추가된 쑥?과 같은 채소에서 계속 떫고 쓴 맛이 나서 씹어 넘길 때까지 고소하고 진해서 맛있다가도 삼키면 남는 그 맛에 조금 당황하게 되는 맛이었음. 그래도 배고프고 오랜만의 동양식이라 잘 먹었음. 여기 아까 4유로 추가하면 주는 밥이 곤드레밥인 것 같은데 그게 찐이다... 맥주도 한 잔씩 해줬더니 너무너무 행복했다. 맥주가 이렇게 맛있었나 싶을 정도 ...
그리고 이제 대망의 빛나는 피라미드를 보러가자고 걸어가는 길에 만나게 된 길거리 갤러리. 아무도 없고 조용해서 "Can I go in?"이라고 물어보고 들어갔다. 머슥머슥... 갤러리 짧았지만 화려했고 재미있었다.
진짜 예쁘다,,, 낮에 비가 좀 왔어서 고여있는 저 웅덩이까지 빛나니까 갑자기 분위기가 엄청나게 좋아지면서 비오는 날 센치해지는 그 감성에 젖게 됨. 건물도 스스로의 조명에 의해서 빛나니까 너무 예뻤다. 그리고 금요일 밤이라서 그런지 제법 사람도 많았다. 그리고 이런 모습이 내가 생각했던 파리의 모습이었다. 감성적이고 약간은 우울한듯 가라앉아있는 분위기... 만족했다. 이걸 보기 위해 내가 이른 아침부터 돌아다녔구나... 내가 돈을 모았구나...
이 여세를 몰아서 집까지 걸어가기로 확정. 에펠탑 있는 쪽이 우리 집이니 에펠탑을 보고 걸어가자는 미친 생각을 하게 되었음. 하하 이 날 우리가 얼마나 감성에 취했는지 알 수 있지...
거의 1시간 콩코드 광장을 지나서 엄청나게 걸어서 강을 마주하게 됨. 이 강을 건너서도 한참 내려가야 우리 숙소였는데... 그리고 무엇보다 비가 와서 엄청나게 추웠다. 조금만 기다렸다가 정각에 에펠탑 빛나는 거 보고 사진찍고 갔다... 근데 진짜 다리 곳곳에 있는 가로등이 주황색이라 더 예쁜 것 같다. 진짜 횃불을 켜놓은 것처럼...
봐라 가로등도 이렇게 생겼다. 너무 예쁨. 근데 이렇게 좋은 경험한 것은 둘째치고 이 날 집 가는 길 잘못타고 고생고생해서 들어간 다음에 장보려고 다들 나왔는데 아무도 열쇠를 안 가져온 것임. 근데 우리 숙소가 문이 닫히면 바로 잠기는 곳이라서 꼼짝없이 밖에 갇히게 됨.
여기서 부터 우리의 고생 스토리가 시작된다... 우리는 해외유심을 쓰고 있었는데 전화 번호를 어떻게 읽는지 몰랐고 (+82 처럼 프랑스 국번이 따로 있는걸 생각못함) 전화가 안 걸린다고 생각했으며, 우리는 우리 숙소 주인의 전화번호를 아무도 사진 찍어 놓지 않았다. 그리고 설상가상 친구 한 명 폰을 두고 왔으며, 내 폰 배터리는 15퍼센트... 그래서 에어비앤비 어플로 연락하려고 했는데 예약한 친구 비밀번호를 자꾸 까먹는 사태 발생... 그래서 우리 세명이서 짧은 거리간다고 옷도 얇게 입고 나왔는데 진짜 벌벌 떨면서 무서웠다. 그래서 마트에 다시 가서 한 직원분에게 우리의 상황을 말씀 드리고 폰을 빌려서 한국 대사관에 전화하기에 이름. 그래서 대사관 연결이 되어서 정말 고맙게도 카톡으로 도와주신다고 해서 계속 카톡해주시고 에어비앤비 확인메일에 전화번호가 있을 수 있음을 알려줌. 진짜 그 때 셋이서 움... ㅋㅋㅋ 지금 생각하니까 너무 웃기다. 그래서 얼른 전화 걸어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직원 분께 고맙다면서 뭘 해주고 싶은데 선물해주면 안 받을 것 같아서 돈이라도(...) 드릴려고 했더니 괜찮다고 안 받는다고 하셨다. 으앙... 우리 그래서 약간 감동. 아직 세상은 따뜻하구나를 느꼈음. 그래서 주인의 아내분께서 문을 열어주시고 나는 진짜 울면서 안겼는데 토닥여주셨다. 진짜 파란만장한 스토리... 그래서 나 콧물 질질 나고, 친구 둘도 몸 상태가 개 안 좋아져서 후다닥 씻고 잤음. 진짜 심장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긴장 다풀렸고 그날 진짜 잘 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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