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오늘은 여행인데 게으름 좀 피워보자-해서 10시에 기상해서 준비해서 나왔다. 오늘의 일정은 테디베어 뮤지엄, 본태박물관이 주 목적이었다. 본태박물관은 둘째 날 숙소로 이동하던 택시 기사아저씨께서 정말 꼭 가보라고 추천하신 박물관이었는데 찾아보니 현대미술, 건축 등의 전시가 있다고 해서 디자인과인 나를 설레게 했다.
그리고 이 날, 날이 흐리고 비가 하루 종일 온다고 해서 미리 실내투어로 계획을 잡아놓았었는데, 정말로 날씨가 정확해서 스케줄을 잘 짠 친구와 나에게 뿌듯했지만, 그래도 내심 날씨가 좋았으면 해서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제주도 테디베어 뮤지엄을 갔는데 코로나 때문인지 개장시간(오전 11시)에 맞춰서 가서 관람객은 우리 뿐이었다. 그래서 정말 사진도 많이 찍고 엄청 편안하고 쾌적하게(?)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다. 어릴 때 테디베어 뮤지엄에 왔었지만 내 기억 속에는 테디베어 기념품만 남아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기억을 쌓아가서 좋았다.
테디베어 뮤지엄에는 역사적 상황, 예술 등을 테디베어로 만든 전시품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 상황을 아주 귀여운 곰인형들로, 엄청 리얼하게 묘사해놓은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특히 가까이가면 사람을 인식하고 곰인형들이 움직이면서 음악, 소리 등이 나오는 것이 놀라웠다.
테디베어 뮤지엄을 보고 나왔지만 배는 그렇게 많이 고프지도 않았으며 다른 먼 곳으로 가기에는 시간이 애매해서 근처에 있는 다른 장소들을 찾아보았더니 '박물관이 살아있다'라는 것이 바로 근처가 아닌가! 걸어서 15분 정도면 가는 거리였고 비도 안 와서 설레설레 걸어가보았다.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트릭아트와 같은 포토존의 총 집합인 곳이었다. 친구랑 꺄르륵 거리면서 웃긴 사진도 찍고, 감성 사진(?)도 찍으면서 놀았다. 생각해봤더니 여기 친구랑 고등학교 수학여행으로 같이 왔던 곳이었다! 조금 비싼 감이 있었던 입장료 였지만 그만한 가치를 할만큼 안에 사진 찍을 곳도 많았고 그래서 조금 힘들었다. 사실 여행 막바지라서 힘들었던 것일 수도 있고 비가 많이 와서 그랬던 것일 수도 있는데, 여기서도 소인국 테마파크 마냥 폰으로 우리끼리 사진을 찍어보려고 발악한 결과가 위의 사진. 만족한다.
그리고 나와서 먹을 곳을 찾아보는데 가까웠으면 좋겠고, 배는 불렀으면 좋겠고- 비가 오니까 따끈한 국물에, 고기, 밥 이런 게 너무 먹고 싶은 거다! 그래서 친구랑 오랜 고민 끝에 말고기코스로 나오는 '신라원'을 찾아가게 되었다. 제주도에 와서 말고기를 먹으러 간다면 이 곳에 가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35000원 정도에 말 육회, 구이, 찜, 샤브샤브 이렇게 네 종류가 나오는데 진짜 사장님께서 설명 다 해주시면서 다 구워주시는데 존.나. 맛.있.습.니.다. 진짜요.
말 고기는 질기지 않아?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여기서 먹은 건 하나도 질기지 않았습니다. 말 그대로 입에 넣으면 녹아 없어지는 고기를 느꼈어요. 사장님 말로는 말고기는 소고기처럼 조금 덜 익혀서 먹어야 맛있다고 합니다. 말 힘줄?과 같은 거 때문에 조금 씹히는 느낌은 있는데 질기지는 않았어요. 고돌고돌하다가 사르르 ... 아 진짜 또 먹고 싶다. 이렇게 맛있다고 하면 아무도 안 믿던데 가서 먹어보면 믿을 것임.
그 다음으로 간 곳은 본태 박물관. 나는 이런 곳이 제주도에 있는지 몰랐다. 택시 기사 아저씨의 추천으로 잠시 찾아봤는데 종교미술, 건축, 현대 미술, 디자인 등의 영역에서 보여주는 미술 박물관 같은 곳이었다. 나는 그런 것을 너무 좋아하고 제주도에서 미술관은 전부 휴관해버린 탓에 목말라 있었던 나는 여기에 꼭 가야겠다고 생각해서 오게 되었다.
5개의 전시장이 있고, 종교예술 2관, 현대미술 2관, 전통 1관 정도로 진행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특별전시처럼 진행되는 곳에서 너무 좋은 경험을 하게 된 것 같음. 백남준 작가님의 전시도 따로 있었고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과 <무한거울방-영혼의 광채>가 전시되어 있었다. 나는 쿠사마 야요이 작가님을 교양에서 발표자료 때문에 찾아보면서 정말 보고 싶었던 작품 중에 하나였어서 진짜 기분이 좋았다.
나오는 길에 있던 카페에서 와플과 음료를 먹으면서 비오는 밖을 바라봤는데 본태박물관 외관 자체가 모던하고 클래식한 이미지라서 비가 오는 것도 하나의 의도된 예술을 보는 것 같은 기분.
사실 오늘 저녁에 제주 조각 공원을 보러 가려고 했는데 비가 오기도 하고 비가 오니까 추워져서 얼른 숙소 가서 씻어야겠다- 이런 생각 때문에 제주 조각 공원은 다음을 기약하고 환불해버렸다. (ㅎㅎ) 그래서 집 가려고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진짜 거짓말 안하고 차의 도착 예정 정보가 없었지만 차고지에서 아직 출발을 안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고 계속 기다렸다. 택시를 타지 않기로 한 이유는 우리가 말 고기 코스를 먹으면서 돈이 너무 없어졌기 때문... 그래서 택시가 하나 지나가도 안 탈거라고 하고 보냈는데 1시간 30분째 기다리니까 진짜 여기서 동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도 지고 어두운데 가로등도 별로 없고, 비는 계속 왔음. 제주도라 바람도 엄청 불고. 그래서 진짜 오래 기다려서 버스를 겨우 타서 집에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꼭 이렇게 밖에서 벌벌 떠는 날이 여행에 한 번쯤 있는 것 같아서 헛웃음만...
집 가는 길에 몸이 너무 차니까 우리 숙소 근처에 있는 온천탕(?)에 가서 몸을 녹이고 집가자마자 뻗어서 잤더라는 여행 일기!!! 다음 날 29일 새벽같이 일어나서 체크아웃해서 집으로 돌아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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